[대륙제관] 금속 포장용기 제조 50년 제관업체



알루미늄이나 주석도금철판 등 0.1~0.3㎜ 안팎의 얇은 금속박판을 갖고 원통형이나 사각형 등의 금속 포장용기(캔)를 만드는 작업을 제관(製罐)이라고 한다. 

페인트나 엔진오일 같은 산업용품은 물론 스프레이파스,부탄가스,음료수 따위의 생활용품 포장에서 금속캔의 활용도가 단연 높다.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와 달리 깨지거나 불에 탈 염려없이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서다. 

대륙제관은 생활공간 주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금속 포장용기를 50년간 만들어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관업체로 한 해 매출은 860억원(2007년 기준)에 이른다. 

페인트나 윤활유캔과 같은 일반관(캔)의 50% 이상을 이 회사가 책임지고 있다. 

특히 4ℓ짜리 각관(4각형캔)은 국내 유통 중인 10개 가운데 8개가 이 회사 제품일 만큼 용기 분야에서는 '감초'와 같은 존재다. 


◆측량기술자서 제관맨으로 

대륙제관의 창업주는 함경남도 출신으로 1948년 월남한 박창호 총회장(83).사세청(현 국세청) 소속 측량기술자로 일하던 그는 1957년 10월 부업으로 12평짜리 고추방앗간을 개조한 캔 제조 공장을 운영했다. 

이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친척 아저씨로부터 고정 거래처를 구해줄 테니 한번 납품을 해보라는 권유를 듣고서였다. 

"측량기술자로 일하긴 했지만 해방 이전부터 이남을 오가며 '스루메(오징어)' 장사도 했어. 남쪽에 사업정보가 없나 하고 왕래하다 보니 노잣돈이 필요했지. 그러다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박 총회장) 

박 총회장은 6개월 뒤인 1958년 4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대륙제관공업사'를 창업했다. 

전후복구 사업이 한창이다 보니 수요가 많아 금세 단골이 6~7개 생겼다. 옵셋 잉크캔을 납품한 대한페인트잉크 (현 노루페인트)가 첫 거래처였다. 

박 총회장은 "지금이야 전자동 생산설비로 분당 600개씩 소형 가스캔을 뽑아내지만, 당시 제관 과정은 험난했다"며 "수입 주석강판이 귀하다 보니 미군이 버린 빠다(버터)통 쨈통을 주어다 나무망치로 하루종일 두드려 캔을 만들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총회장은 동생인 박중흠 회장(77)과 박덕흠 부회장(75)이 경영에 합류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직접 생산 영업 배달까지 도맡아 회사를 꾸렸다. 

이 같은 가족 경영은 장남인 박봉국 부회장(53)과 차남인 박봉준 사장(50)이 1990년을 기점으로 잇따라 참여하면서 2대째 이어지고 있다. 


◆유공과 설탕으로 본궤도에 올라 

회사는 1969년 유공(현재 SK)에 엔진오일용 용기를 납품하면서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박중흠 회장은 "경쟁 입찰에서 유공 물량을 우리가 다 따내니까 정유사 전체가 다 고객이 됐다"며 "유공은 30년가량 거래해왔지만 지금까지 현금결제를 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효자는 '설탕'이었다. 

1960~1970년대만 해도 명절 선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3㎏,5㎏짜리 설탕깡통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제관업계에서는 겉모습이 예쁘다고 해 설탕깡통을 '미술관'이라고 불렀다. 

비록 한 해 두 차례만 설탕회사에 공급했지만 당시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납품대금을 한꺼번에 현찰로 받았다. 

하지만 호사다마일까. 

1994년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 연속 흑자 행진을 벌여오다 2006년 충남 아산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창고 1동이 전소되면서 70억여원에 가까운 화재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거래처 50여곳이 경쟁사로 납품처를 바꾸면서 200억여원에 달하는 고정 매출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박봉국 부회장은 "회사의 존망 자체가 거론될 만큼 큰 사고였지만 직원들이 나서서 맨손으로 불을 끄는 등 희생정신을 보여주면서 내부 결속력이 오히려 단단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사고가 나던 그해 받을 수 있었던 2000만달러 수출탑을 올해에서야 수상할 예정이다. 


◆폭발방지 부탄가스로 제2도약 

대륙제관의 목표는 '글로벌 종합 포장용기 업체'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첫 전략 상품으로 올해 선보인 것이 '폭발방지 부탄가스'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많이 쓰는 이 제품은 용기가 가열돼 내부 압력이 높아질 경우 머리 부분이 부풀어 올라 12개의 작은 구멍이 열리면서 가스가 자동 분출되도록 만든 세계 최초의 안전 부탄가스다. 

제품 개발을 주도한 박봉준 사장은 "회사 경영에 참여한 순간부터 폭발방지 캔 개발은 용기 업체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외국 유명 제관업체들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넥트인(Necked-In) 캔'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세계시장 공략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사각형 용기 아래와 위를 맞춰 높이 쌓을 경우 장난감 블록처럼 밀착돼 창고보관이 용이한 데다,빗물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10년 전 처음 수출길을 튼 이후 전 세계 50개국에 공급 중인 부탄가스(브랜드명 '맥선') 해외 판매 사업도 한층 강화할 계획.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는 박봉국 부회장은 "부탄가스처럼 용기와 내용물을 모두 갖춘 완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올해 1000억원,내년에는 15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